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구속·유죄판결 관련 사과를 했다. 그동안 당내 반발, 필리버스터 정국 등을 이유로 미뤄온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단 환영의 뜻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전체가 이 사과와 반성을 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 모양새였다.
김 위원장은 15일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한데 저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라는 지지자들 열망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 또한 부족했다”며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또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며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됐는데 국가적으로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오늘의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 사과에 앞서 당내에선 장제원 의원은 ‘김 위원장이 사과할 만한 정통성이 있는지’ 문제 삼았고, 배현진 의원은 ‘인지 부조화’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사과를 강행했고, 언론에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 구속과 유죄판결 관련 이슈를 털고, 중도층 확장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즉각 김 위원장의 사과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의힘 전반의 분위기 쇄신에는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를 존중하고 오늘의 사과와 쇄신에 대한 각오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을 기다리겠다”면서도 “국민은 김 위원장이 광주에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으나, 본회의에서 5·18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을 기억하고, 세월호 유족들을 찾았으나 관련 법안에 반대했던 그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사과가 개인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의힘 모두의 반성과 사과이길 바란다”며 “코로나19로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민생을 위해 정쟁을 끝내고 방역에 협력하는 것이 시작이길 바란다”고 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과 함께 국가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공동으로 위임받은 집권당의 잘못에 대한 사과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오늘 사과가 당심이 담긴 당의 사과인지, 김 위원장 개인의 사과인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오늘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위한 지렛대는 아닌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한편 우리공화당은 조원진 대표 등의 명의로 김 위원장의 사과를 비판했다. 우리공화당은 “대한민국 우파 국민이 그렇게 막으라고 요구했던 공수처법, 국정원법, 국가정보원법 이 모든 것을 국민의힘은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통과시켰다”며 “김종인 위원장의 국민기만사과쇼는 야당 무용론 비판에 직면한 위기 돌파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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